건강검진에서 고지혈증 진단을 받고 식단 관리를 시작한 지 몇 달이 지났습니다.
처음에는 삼겹살이나 치킨 같은 음식이 가장 큰 적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의외의 곳에서 식이조절이 흔들리더군요.
바로 사회생활이었습니다.
혼자 집에 있을 때는 오히려 쉽습니다. 냉장고에 있는 음식 먹고, 배달앱만 안 켜면 됩니다.
그런데 사람을 만나고, 누군가를 돕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순간에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최근 몇 주 동안 제가 딱 그랬습니다.
지인 이사를 도와주면서 시작된 식단 붕괴
얼마 전 친한 지인이 이사를 하게 됐습니다.
친한 사이이다 보니 주말마다 시간을 내서 집도 같이 보러 다니고, 짐도 정리하고, 이사 준비도 도와주게 됐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친구 입장에서도 미안했을 겁니다.
돈을 주고 사람을 부른 것도 아닌데 계속 시간을 내서 와주니까요.
그래서 만날 때마다 음료를 사주고, 밥을 사주고, 간식을 사주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커피 한 잔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빵집에 들어가서 빵을 먹고 있고, 점심 시간이 되면 자연스럽게 외식을 하고 있더군요.
오늘 하루 정도는 괜찮겠지.
그 생각이 생각보다 자주 나왔습니다.
이삿날 짜장면은 생각보다 강력했습니다
이삿날이 되자 정말 정신이 없었습니다.
먼지투성이인 집에서 짐을 옮기고 정리하고 청소하고 나니 시간 가는 줄도 모르겠더라고요.
그런데 점심시간이 되자 자연스럽게 나오는 말.
짜장면 시킬까?
사실 한국 사람이라면 다 아는 그 문화가 있잖아요.
이삿날 짜장면.
평소 같으면 면 종류를 조금 줄여보려고 노력했을 텐데 그날은 저도 모르게 같이 주문하고 있었습니다.
땀 흘리고 힘쓰고 있으니 더 맛있게 느껴졌습니다.
솔직히 그 순간에는 고지혈증이고 뭐고 생각도 안 났습니다.
다 같이 바닥에 앉아서 허겁지겁 먹는 짜장면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한 끼가 아니었습니다.
오늘은 많이 움직였으니까 괜찮아.
그 생각이 며칠 동안 이어지기 시작한 것이 문제였습니다.
집 보러 다니면서 생각보다 많이 마시게 되는 음료
의외였던 건 음료였습니다.
집을 보러 다니는 것도 체력이 꽤 들어갑니다.
부동산 사무실 갔다가 다른 동네 이동하고, 또 다른 집 보고, 다시 이야기하고.
그러다 보면 커피 한 잔.
날 더우면 음료 한 잔.
목마르면 또 한 잔.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이 마셨는데 나중에 보니 하루 동안 마신 음료가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평소에는 물을 마시려고 노력하는데 외부 활동이 많아지니까 습관이 쉽게 무너지더라고요.
그때 느꼈습니다.
식단 관리는 집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밖에서 무너지기 시작한다는 것을요.
이사가 끝나면 끝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끝이 아니더군요.
짐 정리가 어느 정도 끝나자 이번에는 집들이가 시작됐습니다.
도와줘서 고마우니까 밥 먹자.
집들이 한 번 해야지.
그렇게 또 모이고 또 먹게 됐습니다.
예전 같으면 아무 생각 없이 즐겼을 텐데 식단 관리를 시작한 뒤에는 한편으로 고민이 생겼습니다.
건강을 챙겨야 하는데.
그렇다고 사람들과의 시간을 피할 수도 없는데.
한동안은 이 고민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습니다.
실제로 그 기간 동안 식습관이 꽤 흐트러졌고 다시 원래 패턴으로 돌아오는 데도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습니다.
예전에 작성했던 배달 음식을 줄이자 가장 먼저 달라졌던 몸의 변화 글이나 고지혈증 진단 후 가장 먼저 바꾼 생활습관 5가지 글을 다시 보면서 마음을 다잡기도 했습니다.
결국 건강도 중요하지만 사람도 중요했습니다
예전에는 식단이 무너지면 실패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일을 겪으면서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친구가 힘든 시기에 도움을 요청했고, 함께 시간을 보내며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삶의 중요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몇 끼 외식을 했다고 해서 건강이 하루아침에 망가지는 것은 아닐 수 있습니다.
반대로 몇 끼를 아끼겠다고 소중한 사람과의 관계를 멀리하는 것도 제가 원하는 삶은 아니었습니다.
물론 이후에는 다시 식단으로 돌아오기 위해 꽤 고생했습니다.
며칠 동안 늘어난 식욕을 잡느라 애를 먹었고 운동도 조금 더 신경 써야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후회는 없습니다.
건강은 중요합니다.
그렇지만 건강을 챙기는 이유 역시 결국 사람들과 오래 즐겁게 살아가기 위해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완벽한 식단보다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식습관을 만드는 데 더 집중하고 있습니다.
사회생활 때문에 잠시 흔들릴 수는 있어도,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올 수 있다면 그것도 충분히 좋은 관리 방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